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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고가 수입차, 한국에서 중고차 ‘세탁’ 뒤 러시아로 우회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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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운영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429회   작성일Date 23-04-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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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들어온 유럽산 고급 수입차가 새 차 수출이 금지된 러시아에 중고차로 ‘우회 수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해 경제제재 등 하면서 러시아엔 고급 새 차 등이 들어갈 수 없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이 우회 통로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수입·중고차 및 수출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올해 수출 목적으로 말소된 새차급 중고 수입차 상당수가 러시아로 향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수입차 영업사원 ㄱ씨는 “신차를 사서 공터에 한두 달 묵혔다가 중고차 수출용 말소 작업 후 러시아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출 목적으로 말소된 차량 가운데 새차급 수입차 쪽 증가세가 매우 가팔랐다. 23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새 차로 등록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수출 목적으로 말소된 차량이 2021년 254대에서 2022년 2440대로 크게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수입차만 떼놓고 보면, 2021년 42대에서 2022년 1467대로 늘었다. 차량을 등록한 지 두 달도 안 돼 수출 한다고 등록 말소된 수입차는 매해 50대도 안 됐다. 올해는 이런 흐름이 더 커져 3월까지 604대가 이렇게 말소됐다.


    이 차들의 행선지는 러시아가 꼽힌다. 한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중고차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나라였다. 지난해 한국에서만 중고차 1만9626대가 러시아행 선박에 실렸다. 2021년에 수출된 2358대에 견줘 732.3%나 실적이 급등했다. 러시아로 우회 수출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 키르기스스탄도 국내 중고차 수출국 순위가 2021년 18위에서 지난해 5위로 껑충 뛰었다.

    중고차 판매 가격이 오른 것도 이전과 다른 흐름이 보인다. 러시아로 수출되는 중고차 대당 평균 단가는 2021년 1만9200달러(2500만원)에서 2만9200달러(3800만원)로 1만 달러나 올랐다. 지난해 전체 수출 중고차의 대당 평균가는 7300달러였음을 보면, 러시아로 향하는 중고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짧아 가격이 비싼 최신형 수입 중고차들이 끼어들어 갔음을 짐작게 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메르세데스-벤츠·베엠베(BMW)·폴크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회사들이 러시아 수출 및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 신차 판매량은 2021년 166만6천대에서 2022년 68만7천대로 58.8% 줄었다.


    러시아 우회 수출은 수입차 판매구조가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입차 판매구조는 보통 외국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 설립한 ‘수입사’가 국내 딜러사에 차량을 판 뒤, ‘딜러사’가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부 수입사는 이때 재고 차량을 보관해 출고하기도 하지만, 상당수 수입사는 딜러사에 재고 차량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연식이 지난 차량과 잔 기스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인도를 거부한 차들이 쌓여 골머리를 앓는 딜러사 입장에선 러시아로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차 영업사원 ㄴ 씨는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증 중고차 사업부터 렌터카 처분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신차급 중고차 수출도 한 가지 방안”이라며 “특히 수출해버리면 차후 발생하는 애프터서비스(A/S) 비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딜러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수입사들은 차량을 딜러사에 넘긴 뒤에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하고 있지만, 본사 및 수입사가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는 증언도 있다. 수입차 영업사원 ㄷ 씨는 “같은 차종을 여러 번 구매하거나 여러 대 차량을 한 번에 구매하면 높은 할인율과 프로모션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리점 지점장급 이상은 물론 수입사도 러시아행 중고차 수출 차량이 있다는 걸 당연히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러시아 현지 딜러들은 서비스센터 등 여전히 운영 중이다. 언어 변경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위해 온보드 진단기(OBD)를 연결하면 한국으로 수출된 차량이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본사도 이미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8일부터 정부는 러시아·벨라루스에 5만 달러를 초과하는 중고차 수출을 통제하지만, 우회 수출 통로가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공조 흐름과는 다른 편법 수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허영 의원은 “우리나라가 신규 제조 수입차를 중고 수입차로 세탁하는, 대 러시아 수출 규제의 우회 지대로 기능해왔다고 추정 가능한 정황이 확인됐다”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고 수입차 수출 실태를 파악하고 국제사회 공조 이행 여부를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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